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멍하니 앉아 덩그러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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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주 가끔 알게된다. 나는 단순하다. 나는 내 세계에 산다.


내 논리가 완벽하고 옳을 수 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산다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도 깨닫기 어렵다. 심사숙고한 것이라도 그건 내 기준이다. 내 말을 들은 사람은 그 사람의 세계에서 판단한다. 그리고 그것이 부정적인 것이라면 문을 닫아버릴 수도 있다. 돌아오는 말이 없을 때다. 괜찮다고 정의하고 잊어버리고 산다. 내 말이 얼마나 재수없었는지, 얼마나 사려깊지 못했는지, 얼마나 가치없었는지 모른 채 산다.

집을 짓는다. ‘나’라는 집이다. 내가 채워넣는 것은 ’좋은 대화였어. 오랫만에 얘기하니 좋았어. 내 말을 들어주니 고마왔어.‘ 라는 만족도 있다. ‘다신 말하고싶지도 않아. 이 사람은 나를 싫어해.’ 를 채워넣기도 한다. 공동 경험과 기억과 감정이 들어가는 집을 지어놓는다. 내가 짓지만 거기에 채워지는 것은 내 해석 뿐만 아니라 타인의 해석도 함께 저장된다. 사실은 해석은 양념이지만 그것이 워낙 강렬한 향을 지녀서 일어난 일, 말한 것, 보여진 광경 등 실재했던/실재하는 것이 실체라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. 그 집에는 문이 여러 개 있는데, 사람마다 다른 문과 비번이 부여된다. 때로는 같은 문을 쓰기도 한다. 문의 위치 또한 제각각이다. 어떤 문은 녹슬고 무거워 도대체 열릴 것 같지 않은 문이 있다. 손도 대고싶지 않은 문, 항상 열려있는 문, 정겨워서 다시 찾고싶은 문이 있다. 어떤 문을 사용하느냐는 서로 알지 못한다. 이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기 전까지는…

아담하고 정겨운 집 앞 정원에 앉아있다. 지나가는 사람, 놀러오는 사람, 스쳐가는 사람들… 집 구경하는 사람들… 나는 생각에 빠져 그저 앉았다가 거닐었다가 외출했다가 하며 맴돈다. 나마저도 머물지않는 집이 덩그러니 있다. 고요하고 산들바람이 불고 꽃향기에 취해 멍하니 앉아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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