
괜찮아 / 한강
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
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
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
아파서도 아니고
아무 이유도 없이
해질녘부터 밤까지
꼬박 세 시간
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
나는 두 팔로 껴안고
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
왜 그래.
왜 그래.
왜 그래.
내 눈물이 떨어져
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
그러던 어느 날
문득 말해봤다
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
괜찮아.
괜찮아.
이젠 괜찮아.
거짓말처럼
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
누그러진 건 오히려
내 울음이었지만, 다만
우연의 일치였겠지만
며칠 뒤부터
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
서른 넘어서야
그렇게 알았다
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
어떻게 해야 하는지
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
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
괜찮아
왜 그래, 가 아니라
괜찮아.
이제
괜찮아.
문학동네 2004 여름
https://youtu.be/tlAVpMHgVJg?si=peJHzfZyCddajaI3
한강 - 괜찮아 / 2004 문학 동네
아이 엄마라면 울컥하며 읽을 시입니다.
저도 읽고, 낭독하며 울컥했어요.
그래서인지 오늘 수업시작하며 뽑은 야생화카드가 울고싶다. 개망초 꽃이네요. 이 글을 쓰며 이해가 됩니다. ^^

——
한강의 [괜찮아] 시를 읽으며 아이가 울 때 감정이 되살아났어요.
나도 자고싶은데 자꾸 우는 아이가 원망스러웠거든요.
아이가 몇시간만에 잠들었을 때 왔던 그
평화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.
짜증과 원망은 나의 감정이구나.
미안함도 몰려왔어요.
갓난아기에게 얼마나 사과했던지요.
새로운 사람이 그때 태어났어요.
엄
마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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